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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리모델링

폐가를 예술공간으로 갤러리 변신기

by eunbong2 2025. 6. 1.

1. 낡은 폐가, 예술의 씨앗이 되다 폐가 리모델링

처음 폐가를 마주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허물어야 할 건물 정도로 여겼습니다. 벽에는 곰팡이가 피고, 창문은 깨져 있었으며, 바닥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제 눈에는 이곳이 하나의 캔버스로 보였습니다. 오래된 벽에는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고, 바래진 기둥은 시대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낡은 집을 단순히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리모델링은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 공간과의 대화였습니다. 먼저 구조 안전 진단부터 시작했습니다. 철거와 보수 작업을 병행하면서도 원래 폐가의 형태는 최대한 살렸습니다. 벽면의 일부는 원래 벽돌 그대로 노출해두었고, 낡은 나무 들보는 샌딩 처리 후 투명 바니시로 코팅해 예스러움을 유지했습니다. 전기 배선과 단열재는 전면 교체했고, 천장에는 예술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트랙 레일을 깔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히 기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술을 품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폐가의 껍데기 안에 서서히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폐가를 예술공간으로! 갤러리 변신기

2. 빛과 공간의 조율  갤러리 인테리어

갤러리로서 공간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것은 '빛'과 '여백'이었습니다.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큰 창문은 원래 구조보다 더 넓혔고, 남향 벽 일부는 통유리로 교체했습니다. 그러나 빛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과도한 조명은 작품을 방해할 수 있고, 부족한 조명은 작품의 생명력을 깎아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공간 전체에 조도 밸런스를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인테리어는 최대한 절제된 미감을 따랐습니다. 벽은 화이트로 칠해 어떤 작품이든 돋보일 수 있도록 했고, 바닥은 콘크리트 질감의 마감재를 사용해 중립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전시 공간은 이동식 파티션으로 구성해 다양한 전시 기획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방문자의 동선을 고려해 공간마다 시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으며, 쉼터 역할을 하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곳곳에 배치해 관람의 피로를 줄이고 감상의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이 갤러리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예술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 예술’로 태어났습니다.

 

3. 지역과 호흡하는 예술 공간 지역 문화재생

이 공간이 단순히 개인의 실험적 예술 공간에 머물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지역사회와의 연결 이었습니다. 갤러리의 위치는 도심에서 벗어난 작은 시골 마을이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공간을 개방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예술의 일부로 녹여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을 어르신이 쓰던 낡은 농기구를 재해석해 설치미술로 만들고, 오래된 흑백사진을 스캔해 벽에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주말마다 열리는 ‘열린 창작 워크숍’에서는 주민과 방문자가 함께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시와 관람의 관계를 넘어서, 지역 전체가 예술의 일부가 되는 실험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참여형 기획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갤러리 자체도 주민의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폐가’라는 말은 이제 이 마을에서 낡고 버려진 공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창조와 상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단어로 바뀌었습니다.

 

4.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다  운영과 유지관리

아무리 멋지게 변신한 공간이라도,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 결국 다시 폐허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갤러리 운영은 초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계획과 비용이 요구되었습니다. 전시 기획, 마케팅, 유지보수, 그리고 각종 인허가 문제까지 매 순간 현실적인 벽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고민했습니다. 공간 일부는 소규모 워크숍 대관 공간으로 운영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협력해 팝업 스토어나 플리마켓을 유치했습니다.

또한 SNS를 활용한 홍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갤러리의 변화 과정을 기록했고, 이 기록들이 누적되며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덕분에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방문자들도 생겨났고, 예술가들의 전시 요청도 잇따랐습니다. 갤러리는 더 이상 과거의 폐가가 아닙니다. 시간과 예술, 그리고 공동체의 힘이 만나 재탄생한 새로운 문화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낡은 건물도, 외딴 시골도, 진정성 있는 기획과 꾸준한 노력만 있다면 언제든지 예술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